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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도 센터장 경제칼럼 - 속도가 중요한가? 내용이 중요한가?

국내외 여러 경제적인 악재로 인해 체감경기 뿐 만 아니라 지표상 경기도 주눅이 들고 있습니다. 항상 세계 여러 국가들 중에서 빨리 가라앉고 빨리 회복하는 우리나라의 경제특성을 고려한다면 향후 경기 변화의 속도는 침체든 회복이든 방향성이 정해지면 매우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전통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습니다만 빨리 빨리라는 국민성을 대변하는 모토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득이 되기도 하고 실이 되기도 합니다. 현 상황에서도 빨리 빨리가 필요한 시점일까요? 결론부터 말한다면 지금은 속도가 중요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방향성과 과정이 중요한 때입니다.

여기에서 방향성이란, 단순히 지표상 경기회복을 얻기 위해 숫자 맞추기가 아닌 실질적으로 달성해야할 경기회복의 단계를 의미합니다. GDP 7%라는 숫자적인 목표보다 국민들의 생활물가 안정과 소득의 증대를 의미합니다. GDP가 상승한다고 해서 전 국민이 잘산다고 표현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나라가 잘산다고 국민이 잘산다는 것은 100% 일치 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입니다. 2010년 아시아 국가 1인당 명목 GDP 순을 보면 1위가 아랍에미리트, 2위가 싱가폴, 3위가 일본, 9위가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일본을 흔히 말하길 국가는 잘사는데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고 합니다. 생활의 질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못한 부분이 다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파트입니다.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 아파트의 단위면적은 상당히 넓습니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외형적인 수치 증가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국민 1인당 생활수준을 높이는 쪽으로의 정책과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서민들은 이자부담에 힘들어 하고 있는데, 국가 GDP가 얼마를 달성했다느니 수출이 증대되었다느니 이런 숫자놀음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민들에게는 마치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뿐입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성적표가 아닌 실제적으로 내 실력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성적표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래야 어느 부분이 약하지 어느 부분을 더 보강할지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너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형식적 성적표에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이제라도 서민들 개개인의 생활 속 어려움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경제정책과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무상급식이 중요한 때가 아닙니다. 공무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중요한 때가 아닙니다. 밥을 공짜로 먹었다 안 먹었다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지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예산 집행일 수 있습니다. 공무원 비정규직만 정규직 전환을 해주면, 죽어라고 고생해서 공무원이 된 분들과 그 과정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편협적인 조치입니다. 누구는 혜택을 얻지만 누구는 기회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혹은 언젠가 받을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주는 경제정책이 나와 주어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한 세부적인 단계가 수립되어 정권의 계승 또는 이양 과정에서도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는 충실한 내용의 경제정책이 필요할 때입니다.

                                                                        <한국경제교육지원센터 김종도 센터장>